나흘 전 아침...

새벽녘 비바람 소리에 잠이 깨어버린 저는 쓸데없는 잡설을 하나 올렸고, 얼마 후 정전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볼라벤 때의 악몽이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정전은 금방 복구되었습니다.

정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살펴보니 컴퓨터는 무사했지만, 인터넷 모뎀이 죽어 있었습니다.

역시 멀티탭은 좋은 녀석을 써야 합니다.

정전, 낙뢰, 과전압 보호 회로가 있는 녀석으로 말이죠.

인터넷 모뎀만 따로 멀티탭이 아닌 벽 콘센트에 다이렉트로 꽂아놨었습니다.

컴퓨터가 부팅해서 윈도우로 진입하는 시간보다 인터넷이 켜지는 속도가 훨 느려서 그랬습니다.

윈도우 바탕 화면에서 인터넷이 켜지기만을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은근히 귀찮았습니다.

그렇게 낙뢰와 과전압 보호 회로 따윈 전혀 없는 벽 콘센트라는 그 거친 환경 속에서 인터넷 모뎀은 그동안 지내왔었고,

저의 귀찮음과 나태함은 결국 인터넷 모뎀의 죽음이라는 비극을 불러오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태풍이라는 천재지변 속에서 발생한 참담한 일이었지만,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던 가슴 아픈 인재였습니다.

그래서 더 슬펐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집에서 뒹굴던 같은 5V 전압의 다른 아답터로 교체를 해봤습니다.

원래 정전이나 과전압이 걸리면 모뎀보다 아답터가 먼저 잘 죽으니까요.

안 됩니다.

확실히 모뎀이 죽었나 봅니다.

결국 제 컴퓨터는 정보의 바다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만 끊긴 줄 알았더니 전화도 끊겼습니다.

VDSL 은 전화가 되어야 인터넷도 됩니다.

저는 아직도 이 저주받은 동네에서 대칭형도 아닌 비대칭형 VDSL 을 쓰고 있습니다.

폰들도 4G 로 날아다닌다고 광고하는 요즘 시대에 다운 10Mbps 업 1Mbps 의 저질스러운 속도로 살고 있죠.

CPU 는 I7 에 16GB 램, SSD 조합인데?

인터넷이 VDSL 이네?

그것도 비대칭형으로 업로드 좌절인?

나는 작업을 다 끝냈는데 이 놈이 업로드를 못하고 있네?

어쩔?????



곧바로 KT 에 인터넷과 전화 둘 다 나갔다는 고장 접수를 하고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림이 시작되었고......

KT 기사는 안 왔습니다.

......

태풍 때문에 바쁘겠거니 했습니다.

근데 어제 밤에 뜬금없이 전화가 됐습니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안 되었었는데 정말 뜬금없이 전화벨이 울리더군요.

전화가 된다는 것은 어디에선가 문제가 생긴 전화 회선을 KT 에서 해결을 했다는 소리이고,

결국 이제 인터넷 문제는 아주 간단하게 고장난 인터넷 모뎀만 교체하면 끝나는 일이 되었습니다.

모뎀만 간단히 교체하면 끝나는 일이기에 고객 센터에 다시 전화를 하여 상황 변화를 이야기하고 기다렸습니다.

"전화 된다. 그러니까 인터넷 모뎀만 교체하면 될 듯하니 얼른 해결해주라. 제발......"



또 기다렸지만 KT 기사는 끝끝내 안 왔습니다.

KT 기사 비슷한 양반의 전화도 안 왔습니다.

이제 나흘이 지났습니다.

"모뎀만 교체하면 되는데 이 망할 놈의 동네는 왜 나흘이 지나도록 기사가 오지 않는가? 아니 언제쯤 올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언질이라도 대충 해주면 이렇게 마냥 기다리지만은 않아도 되지 않은가? 이 기다림의 끝은 언제까지란 말인가? 기다리다 보니까 슬슬 열 받는데...... 이새끼들이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건가?"



열 받았습니다.

그래 이렇게 넋놓고 오지도 않는 KT 기사님을 기다리느니 해볼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

조x 안 되면...... 안 되는 거지!!!

모뎀을 해체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혹시나 콘덴서가 과부하에 임신했거나 출산했으면 그거라도 교체해볼 요량으로 뜯어 봤습니다.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근데 너무나도 깨끗했습니다.

임신하거나 탄 흔적도 없고, 오히려 너무 깨끗해서 뜯어 본 제가 모뎀에게 다 미안해질 정도였습니다.

흠......

생각을 다시 정리해 봅니다.

모뎀에 물려있던 아답터를 다시 살펴 봤습니다.

아답터는 확실하게 죽었습니다.

제일 처음에 아답터가 죽은건지 확인해보기 위해 연결해봤던 다른 아답터를 봤습니다.

그 놈은 확실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정말로 내 손을 떠난 문제인가?

내 앞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저 모뎀은 정녕 진짜로 간 것이란 말인가?



좌절하고 포기한 채 아답터를 정리하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같은 5V 아답터인데 인터넷 모뎀에 원래 연결되어 있던 아답터가 뭔가 조금 더 얍실합니다.

끼우는 곳의 규격은 같은데 겉에 감싸고 있는 고무 그 부분의 두께가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모뎀의 아답터 구멍은 너무나도 깊었습니다.

이거 혹시?

죽어버린 원래 아답터를 끼워 봅니다.

쑤~욱~~!!!!

살아있는 다른 아답터를 끼워 봅니다.

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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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내가 잘못 느꼈나? 다시 한 번!

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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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런 니x 씨부....ㄻ오나포하노ㅡㅏㄴㅇ픠고사ㅙ......'

지금껏 이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허탈함과,

아답터 뒷면에 선명하게 보이는 마데인 차이나에서 밀려오는 이 짱x 새끼들이라는 분노와,

전화 회선이 복구되고도 무려 하루를 더 멍청하게 버렸다는 자괴감이,

삼단 콤보로 심장을 움켜쥐었고, 그 결과 손은 덜덜덜 떨리고 동공이 격하게 확대되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금 전 좌절하고 포기하려했던 감정 속에서 작게나마 희망이라는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모뎀은 죽지 않았고, 처음 가정으로 놓았던 아답터만 비명횡사한 상황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이 아답터와 저 모뎀간의 단순한 접촉 불량을 내가 캐치하지 못한 것일 수 있다!

그래 바로 그거다!

아니! 그거여야만 해!

그게 아니면 또 언제까지 오지도 않는 KT 기사님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희망에 가득찬 니빠질이 아답터 숫놈의 중요 부위를 빠르게 깎아 나갔습니다.

'내가 왜 서해바다 건너 온 저질 아답터 녀석의 고추 축소 수술을 집도하고 있어야 하는가? 남들은 확대 못해서 난리인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지만, 이러한 잡념은 곧 모뎀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라는 희망에 밀려 희미해졌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거칠었지만 썩 나쁘지 않게 아답터의 고추 축소 수술을 무사히 끝냈고,

다시금 아답터를 한 번 더 모뎀의 그 좁고 깊은 구멍 앞으로 가져다 댔습니다.

짧게 심호흡 한 번 해주고...

조심스레... 그러나 단호하게!!!

'들어가라! 너를 조금은 두껍게 만든 짱x 놈들의 잘못인지, 아니면 남들보다 구멍을 좀 좁고 깊게 판 모뎀 회사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이유들로 결합을 거부당했던, 네놈의 그것을 어서 저 미지의 구멍 속으로 거침없이 밀어 넣어, 그 짜릿하고도 충만한 직류 전원을 저 굶주린 모뎀에게 팍! 팍! 쏴주란 말이다!!!!'












흐얍차!!!



쑤~~욱!!!!!!!



모뎀 번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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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 오늘 지금 이 순간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a

나흘만이네요. ^^;;;;;;;

그럼 오늘은 정리 좀 하고 내일부터 다시 달려 보죠. ^^


p.s 내가 어쩌다 이딴 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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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넷초보 2012.09.20 22: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은 인터넷 안되면 컴터로 할게 없죠...ㅎㅎㅎ
    그리고 KT에서 해주지 않을 일을 직적해결하셨다니 대단하시구요...고생하셨습니다 ^^
  2. BlogIcon dowoo 2012.09.20 2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내용의 깊이가 조금만 더 파고 들었으면 어쩌면 어설픈 야설이 되었을 수도..... ㅋㅋㅋ

    돌아 오심을 환영합니다. ^^
    • BlogIcon CApple 2012.09.21 0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걸 노렸을...까요? ㅎㅎㅎ 근데 나흘만에 왔는데 환영 받으니 뭔가 굉장히 멀리 갔다가 온 듯한 기분이 드네요. ^^;
  3. BlogIcon 니드뽀폴쉐 2012.09.20 2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오래 글을 남기지 않으셔서 뭔일 있으신가 싶었는데 다행히 별거 아닌 문제(?)였네요. ^^

    ㅂㄹㅁㄱ 기사와 서해 건너 지나인들에 대한 분노는 잊으시고...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4. BlogIcon 니드뽀폴쉐 2012.09.21 0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뻘글 좀...

    구형 놋북에 윈2k를 설치했는데, 첨엔 드라이버로 걱정했으나 의외로 드라이버는 쉽게 구글링 했는데, 인터넷 브라우져와 백신이 문제더군요.
    인터넷 브러우져는 크롬, 크플, 파폭 순으로 시도했는데, 크롬이 안되니 크플도 당연히 안되고 파폭도 안되더군요. 그래서 뭐가 있나 고민하다... 사파리가 기억나서 검색해보니 맥용이고... 같은 검색어에 있던 오페라가 보여서 설치해보니 유일하게 지원해서 설치했습니다. 오페라도 좋더군요. 마우스 제스쳐가 좀 거시기 했지만... 그쯤 해두고 포기하고, 백신으로 넘어갔습니다. 어딘가에 지원하는 운영체제를 보고 v3lite를 설치하려는데 ie 때문에 안되서 급하게 ie7 시도했다 실패, ie6으로 성공하고 백신 설치하고 하루의 삽질을 마무리 했네요.

    써보니 윈2k가 확실히 가볍고 좋긴 하던데, 구형 놋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결제가 안되서 결국 xp로 돌아왔네요. 이상 저의 뻘짓에 대한 간단한 잡설이었습니다. ^^
    • BlogIcon CApple 2012.09.21 01: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파이어폭스 11 버전도 지원합니다. ^^ 플래시 플레이어는 9 버전을 사용하셔야 하고요. 백신은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대용량 디스크 지원부터 건드려야 할 게 많은데 고생하셨네요.
    • BlogIcon 니드뽀폴쉐 2012.09.21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파폭 낮은 버전을 써볼 생각을 못했습니다.
      크롬은 젤 낮은 버전도 제 기억에 xp부터 있어서 파폭도 그런가보다 했는데...ㅋ

      나중엔 넷스케이프도 찾아볼까 했었는데 망했다는 소식이 기억나서...ㅋ

      대용량 디스크 지원도 문제가 되겠군요. 보아하니 플래시도 문제였을 것 같고... 빨리 포기하길 잘 한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ㄷㄷ
  5. Hand 2012.09.21 0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주가 많으십니다? ^^
    모처럼 읽는 재미를 가졌네요
    근자에 저두 벼락에 꼴깍하는 모뎀이 KT였는지라
    걍 슬그머니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잠시 즐거웠네요
    WTG 강좌도 감사하구요 ^^
  6. BlogIcon 려경아빠 2012.09.21 0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러날 접속이 없으셔서 궁금했는데 모뎀이 말썽이었군요.

    이제 모뎀은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했으니 집도의인 캐플님께 몸바처 충성하는 일만 남았네요^^
  7. 신기 2012.09.21 2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2년에 대한민국에서 모뎀 쓰시는게 신기합니다. 싱기싱기
    • BlogIcon CApple 2012.09.21 21: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각하시는 모뎀이 그 56Kbps 의 옛날 모뎀이신 듯 한데요. ^^;;; 그거 아니고 인터넷 회선을 받아주는 기계도 모뎀이라고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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